瑞穂新聞 서수신문
창간사

이천오백 명의 마을에도 신문이 필요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군산시 서수면이다. 인구 이천오백 명. 도시에서는 아파트 몇 동에 사는 사람 수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에는 천 년 동안 쌀을 길러 온 들판이 있고, 1927년 불의에 맞섰던 농민들의 역사가 있으며, 바다 건너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던 쌀의 기억이 있다.

큰 신문은 이런 마을의 일을 다루지 않는다. 누가 회갑을 맞았는지, 어느 마을 정자가 새로 단장했는지, 올해 들판의 작황이 어떤지는 어디에도 실리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은 일은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이 된다. 나는 역사소설 《천년의 미(米)》를 쓰면서 그것을 뼈아프게 배웠다. 기록이 없어서 이름조차 남지 않은 사람들이 이 들판에 너무 많았다.

「서수신문」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창간호부터 2024년 제3호까지, 우리는 이미 지면으로 이 신문을 세 차례 펴냈다. 마을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돌려 읽던 신문이었다. 이제 그 이름을 인터넷으로 옮겨 다시 시작한다. 거창한 언론이 아니다. 마을 사람이 마을의 오늘을 적어 두는 공책에 가깝다. 면 소식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들판과 먹거리,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서수의 역사를 담을 것이다. 소설 《천년의 미》도 회차별로 함께 싣는다.

서수신문은 서수 사람 모두의 것이다. 사진 한 장, 소식 한 줄이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 십 년 뒤 누군가 이 마을의 역사를 찾을 때, 이 신문이 첫 번째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 9월, 서수 들판에서

필자 | (사)서수면사람들 이사장 · 역사소설 《천년의 미(米)》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