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문화복지센터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주민주도 사업의 조성 목적과 공공시설 운영의 책임

앞선 글에서 추진위원회가 운영위원회로, 다시 사단법인 서수면사람들로 이어진 과정을 살펴보았다. 주민조직이 이름을 바꾼 것은 사업을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계획하고 주민사업을 위해 설계한 무궁화문화복지센터는 지금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무궁화문화복지센터는 단순한 면사무소 부속시설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결과물이다. 주민 사랑방 역할의 카페, 교육과 회의를 위한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회의실, 각종 주민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운영사무실이 핵심 공간으로 설계됐다. 주민이 모이고 배우며 지역의 활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사업의 중심이었다.
운영위원회가 카페 인테리어와 필요한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커피 몇 잔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과 방문객이 만나고, 서수면의 농산물과 역사문화를 알리며, 도농교류와 주민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거점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준공 후 건물의 재산과 관리권이 군산시로 넘어가자 기준이 달라졌다. 주민주도 사업의 거점이어야 할 센터가 행정 편의를 우선하는 복합청사처럼 취급됐고, 주민조직은 사업의 동반자가 아니라 공간을 빌려 쓰는 이용자처럼 밀려났다. 공모할 때는 주민참여를 앞세우고 건물이 완성되자 주민의 역할을 뒤로 미룬 것이다.
군산시가 건물의 소유자이자 관리권자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소유권이 사업 목적까지 지워도 된다는 백지위임장은 아니다. 공공시설의 관리권에는 시설을 보존할 권한뿐 아니라 조성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할 책임도 따른다. 관리가 주민활동을 막는 수단이 된다면 그것은 관리가 아니라 사업 취지의 훼손이다.
행정 공간과 주민 공간이 한 건물에 들어간 복합센터라면 군산시는 처음부터 사용 기준과 역할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 어느 공간을 누가 어떤 절차로 사용하고 주민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운영협약을 마련했어야 한다. 예상된 갈등에도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면 행정의 무능이고, 기준 없이 관리권만 앞세웠다면 행정의 독선이다.
주민조직도 공공시설을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 회계와 운영을 공개하고 카페와 회의실을 모든 주민에게 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원칙은 주민조직을 배제할 근거가 아니라 투명한 운영협약을 만들 근거다. 문제가 있다면 점검하고 고치면 된다. 행정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주민을 공간과 사업에서 밀어내는 것은 공공성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군산시는 이제 기록으로 답해야 한다. 최초 계획에서 카페와 회의실, 운영사무실의 용도는 무엇이었는가. 준공 후 기능은 어떻게 정했고 주민조직과 어떤 협의를 거쳤는가. 운영협약과 위탁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민사업의 정체성이 희미해진 데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무궁화문화복지센터는 행정이 주민에게 베푼 선물이 아니다. 주민의 참여와 정부 예산, 행정의 지원으로 만든 공공의 자산이다. 건물은 완공됐지만 주민이 떠나고 사업의 기억이 지워졌다면 농촌활성화의 성공이라 할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묻는 것은 방 하나를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국가와 군산시가 약속한 주민주도 원칙을 지키라는 요구다.
글: 최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