瑞穂新聞 서수신문
제3호 · 마을 시

가슴에 내리는 빗소리 · 울엄마

가슴에 내리는 빗소리 — 이정란

주르르 주르르
쏟아지는 빗소리
겨울 빗소리

그쳤다 이어지고
또 그쳤다
또 이어진다

빗속을 뚫고
미친듯이
달려본다

흐느낀다
매마른 가슴이
찢겨지는 소리

부지직 부지직
통증없는 상처가
더 아프다

흐느낀다.
하늘도 함께
운다

울엄마 — 박희은

동이트는 아침이면
나팔꽃이 줄을 타고
올라가 해맞이 합니다
처마밑 채송화도 잠에서 깨어
활짝활짝
피어나지요

울밑에선 봉선화가
붉게 물들고
꽃사과는 주렁주렁
익어갑니다

포도나무 잎새에
숨어있는 풀벌레는
가을마중 나와있는데
어쩌려고 철없는 꽃사과는 이 염천에
꽃들이 마구마구
피어나는지
울엄마 닮은 하얀 낮달만 웃고
있네요

넓은 들판에는
푸르른 벼잎들이 사그락사그락
살찌우는 소리로 요란한 이즈음
아버지 살아생전에
마당에 말리던 고추가 돌아눕는
시간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뜨거운 한낮에 울엄마는 오수에
들고
창밖에
흘러가는 흰구름에
마음실어 소소한
시골 정취를 올려봅니다

엄마는
딸도 몰라보시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이곳에 살아 계셔서 참 좋다.

지면 서수신문 제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