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 출신 최정원 씨, 일본서 어린이 아침밥 봉사…“고향에서도 나눔 이어가고 싶어”
한국인 최초로 일본 간호사 자격 취득…은퇴 후 어린이·고령자 돌봄 활동

군산시 서수면 출신 최정원 씨가 일본에서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한국식 아침밥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펼쳐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씨가 도쿄도 에도가와구에서 ‘아침 어린이식당’을 운영하며, 가정 형편이나 가족 돌봄 등으로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린이식당은 일본의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지역복지 활동이다. 최씨는 어린이식당이 한 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와 주민이 서로 만나고 돌보는 지역공동체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수에서 시작한 간호사의 길
최씨는 서수면에서 태어나 성장한 뒤 간호사의 길을 걸었다. 원광대학교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재일동포와 결혼하면서 24세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낯선 언어와 제도 속에서도 간호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씨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간호사 국가자격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의 종합병원과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환자와 고령자들을 돌봤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여성이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국가자격을 취득하고 종합병원 의료현장에서 활동한 것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최씨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일본 의료·복지 분야에서 전문인으로 자신의 자리를 개척했다.
“한국의 아침밥은 임금님의 밥상”
최씨가 어린이들을 위한 아침식당을 시작한 것은 간호사와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로 일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현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정 사정으로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어린 나이에도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생활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영 케어러’를 보면서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어린이식당은 한 달에 한 차례 열린다. 어린이들은 오전 6시 30분께 인근 시노자키공원에 모여 함께 체조한 뒤 최씨의 집으로 이동해 무료로 아침식사를 한다.
밥상에는 밥과 국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반찬이 올라간다. 최씨가 특히 자신 있게 내놓는 음식은 직접 담근 물김치다. 어린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쌀뜨물에 채소를 담가 만든다.
최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늘 “한국의 아침밥은 임금님의 밥상”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반찬이 풍성한 따뜻한 아침밥으로 많은 어린이를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수신문 발행인, 일본 봉사 현장을 직접 찾다
서수신문 최연호 발행인은 올해 초 일본 도쿄도 에도가와구를 방문해 최정원 씨를 직접 만났다. 최씨가 준비한 한국식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일본 생활과 간호사로서 걸어온 길, 은퇴 후 봉사활동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씨는 이 자리에서 “일본에서 간호사와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로 일하며 쌓은 경험을 고향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며 “서수의 어르신과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한 사회복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씨의 활동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랫동안 의료·복지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와 고령자의 건강, 식생활과 정서까지 함께 살피는 지역돌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에도가와구 인생대학에서 주민교육 가능성 확인
일본 방문 당시 최연호 발행인은 최정원 씨와 함께 에도가와구에서 운영되는 인생대학을 찾아 약 1시간 동안 강의를 청취했다.
에도가와구 인생대학은 지역 주민들이 삶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배움을 지역사회 봉사와 공동체 활동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주민 평생교육의 장이다. 단순히 강의를 듣는 교육을 넘어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발견하고 이웃과 함께 해결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은퇴한 주민과 고령자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찾고, 배운 내용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운영방식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서수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 발행인은 강의를 들으면서 일본의 인생대학과 같은 주민교육 프로그램을 서수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귀국 후에도 국내에서 인생대학 사무국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운영방식과 교육내용, 서수면 적용 가능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
‘서수 인생대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서수면에도 오랜 농사 경험과 생활기술, 역사와 문화에 관한 지식을 가진 주민이 많다. 그러나 주민 개개인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다음 세대와 나누고 지역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교육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일본 인생대학의 운영 경험을 서수의 현실에 맞게 적용한다면 건강·복지·문화·농업·마을역사·주민기자 교육 등을 하나로 연결한 ‘서수형 인생대학’을 구상할 수 있다.
최정원 씨의 간호·노인복지 경험을 활용한 건강관리 교육과 돌봄 봉사, 주민들이 서로의 삶을 기록하는 마을기록 교육, 은퇴 주민의 경험을 활용한 재능기부 등도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최씨의 고향 봉사 의지와 에도가와구 인생대학의 주민교육 경험이 연결된다면, 서수면과 일본 지역사회가 복지와 평생교육을 매개로 교류하는 새로운 한일 민간협력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서수에서 태어난 한 간호사가 일본 의료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은퇴 후에는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따뜻한 아침밥을 내어주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최정원 씨의 돌봄과 배움이 고향 서수에서도 새로운 주민복지와 평생교육의 씨앗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작성·취재: 최연호 · 서수신문 발행인·편집국장
자료: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및 2026년 일본 현지 방문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