瑞穂新聞 서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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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제안 · 폐교 활용

문 닫은 마룡초·금암초, 매각보다 ‘서수의 미래’부터 설계해야

마룡초는 복지·역사·한일교류, 금암초는 농업·먹거리·청년교육 거점으로

폐교된 농촌학교가 주민복지와 역사교육, 농업체험이 어우러진 지역공간으로 되살아난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이미지 제작: 서수신문 편집국·AI 생성 이미지 ※ 활용 구상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학교 현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수면에는 금암초와 마룡초가 2025년 3월 1일 서수초로 통합되면서 같은 날 문을 닫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두 학교를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는 서수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군산교육지원청의 폐교재산 안내 자료를 보면 금암초는 토지 2만7,273㎡와 건물 1,401㎡, 마룡초는 토지 1만7,662㎡와 건물 1,431㎡ 규모다. 두 곳 모두 활용 방향이 ‘매각 추진’과 ‘공공시설’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지역의 학교는 일반 부동산과 다르다. 주민들이 땅을 내놓고 아이들을 함께 키웠으며 졸업생과 마을의 기억이 층층이 쌓인 곳이다. 매각을 먼저 결정하고 용도를 나중에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두 학교를 하나의 서수 재생계획으로 묶자

마룡초와 금암초를 서로 경쟁하는 두 사업으로 보지 말고 기능을 나눈 하나의 지역재생 계획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 학교에 모든 기능을 억지로 넣으면 운영비가 커지고 정체성도 흐려진다. 마룡초는 복지·역사·국제교류 중심, 금암초는 농업·먹거리·청년교육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되 프로그램과 운영조직은 서로 연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마룡초는 농촌복지와 역사·한일교류의 거점으로

마룡초에는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한 주간 돌봄, 방학 프로그램, 보호자 휴식 지원 같은 농촌형 돌봄 기능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군산 도심에 집중된 복지서비스를 농촌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폐교의 교실과 운동장을 치유·교육·체험 공간으로 바꾸자는 구상이다. 의료기관과 사회복지기관, 대학이 협력한다면 작은 학교가 서수와 동군산권을 잇는 복지 거점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축은 ‘서수 농업역사관’이다. 서수 쌀이 일본 박람회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역사, 임피 조창과 군산항으로 이어진 쌀의 길, 1927년 옥구·서수농민항쟁을 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다. 오래된 농기계와 생활도구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3D·영상·AI 해설을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는 농업교육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 에도가와구 인생대학과의 교류도 이곳에서 이어갈 수 있다. 필자는 일본 현장에서 인생대학 강의를 직접 듣고 관계자들과 한국 도입 가능성을 논의해 왔다. 일본의 고령자 평생교육과 서수의 농촌문화·복지를 연결해 한일 시니어 교류, 대학생 농촌봉사, 주민 강좌를 운영한다면 폐교가 국제교류의 작은 거점으로 다시 문을 열 수 있다.

금암초는 농업·먹거리·청년 실험학교로

금암초는 넓은 부지를 살려 서수 쌀과 지역 농산물의 가공·교육·창업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구상할 수 있다. 쌀빵, 쌀과자, 막걸리 등 소규모 식품개발 교육, 공동가공과 포장 실습, 스마트팜·밭작물 실증, 귀농·청년농 교육을 한데 묶는 것이다. 주민 공방과 공유주방, 마을기업 사무실도 함께 두면 교육이 실제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수초 학생들이 마을의 농업과 역사를 배우는 체험수업, 도시 가족이 참여하는 주말 농촌학교, 청년과 대학생이 머무는 단기 체류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마룡초의 복지·역사 프로그램과 금암초의 농업·먹거리 프로그램을 연계하면 방문객은 하루 체험에 그치지 않고 서수에 머물며 배우고 소비하게 된다.

매각 전에 주민과 공공기관이 먼저 설계해야

가장 먼저 할 일은 건물을 누구에게 넘길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아니다. 전북교육청과 군산교육지원청, 군산시, 서수면 주민조직, 복지기관, 대학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만들고 두 학교의 안전상태와 유지비, 주민 수요, 운영 주체와 수익구조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 공공 활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기 전에는 성급한 매각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사업은 작게 시작할 수 있다. 빈 교실 한두 곳에서 주민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운동장에서는 농업·문화 행사를 열며, 한 동부터 역사전시와 농산물 교육공간으로 바꾸면 된다. 성과가 확인되면 단계적으로 넓혀야 한다. 처음부터 큰 예산과 화려한 시설을 앞세우면 또 하나의 비어 있는 건물만 남을 수 있다.

폐교는 끝난 학교가 아니라 새로운 지역학교가 될 수 있다. 아이를 가르치던 공간이 이제는 주민과 장애인 가족, 청년과 농민, 한국과 일본의 시민이 서로 배우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마룡초와 금암초를 팔아 없애는 것은 한 번이면 끝나지만, 서수의 미래를 담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 최연호 서수신문 편집국장

참고자료: 군산교육지원청 폐교재산 안내 ·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폐교재산 보유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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